좋은 디자인은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품 디자인을 하면서,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들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사용자 니즈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알 수 없다
처음엔 막연했어요. "사용자 리서치"라고 하면 뭘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Just do it! 일단 해봤습니다. 인터뷰도 하고, 데이터도 보고, 테스트도 해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달은 점은 어떤것도 완벽한 한 가지 방법은 없다는것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사용자 인터뷰에서 "이 기능이 필요해요"라고 말해서 팀내에서도 함께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 기능 구현을 했는데, 실제로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반대로 데이터에는 보이지만, 인터뷰에선 나오지 않는 패턴도 있습니다. 여러 경험을 해보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여러 방법을 조합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용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만나서 얻는 것과 잃는 것
저는 기회가 되면 되도록 사용자를 직접 만나보려고 노력합니다. 인터뷰의 가장 큰 가치는 내가 혼자 머릿속에서 '사용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로만 봤을 땐 단순한 숫자인데, 인터뷰에서는 실제 사용자의 감정이나 맥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률 0%라는 데이터보다, 사용자가 직접 "왜냐하면 이렇게 하는 게 더 빨라서요"라고 설명해줬을때 훨씬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인터뷰에서 사용자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어떤 순간에 답답해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는데 사용자 인터뷰는 시간이 많이 듭니다. 한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인터뷰가 끝난 후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팀원들에게 공유도 해야합니다. 이런 과정을 생각하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프로세스입니다.
추가로 인터뷰 대상의 편향성 문제도 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전체 사용자를 대표하지는 않기 때문 입니다. 진성 유저들이 더 쉽게 인터뷰에 응하고,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참여 자체를 안 해요.
그래서 인터뷰 하나에만 의지해서 사용자 니즈를 확인하려고 하면 부족한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
저희 팀은 GA, Hotjar를 주로 사용하는데 각각 다른 정보를 보여줍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Hotjar를 가장 자주 봅는데 사용자의 행동 플로우를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객관성입니다. 그래서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사용자가 실제로 뭘 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인터뷰의 큰 단점은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의 질문 방식에 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죠.
예를 들어, 어떤 기능의 완료율이 30%라면, 그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70% 사용자가 이 기능을 완료하지 못했다"는 신호예요. 왜 그럴까? 너무 어려워서? 찾기 어려워서? 필요 없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인터뷰를 하고,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테스트를 진행해야합니다.
결국 사용자를 알아가는 건 여정이다
사용자 조사는 한번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계속되는 여정입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다시 봐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의 니즈도 변하고, 시장의 상황도 바뀝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는 데이터에 귀 기울이면서도 직감을 잃지 않고, 사용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서 얻은 하나의 인사이트가 때로는 수백 개의 데이터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데이터의 작은 변화가 때로는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만 믿는 게 아니라, 모든 신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입니다.